스마트폰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중국발 저가형 업체가 치고 올라오면서 고급형 스마트폰의 수요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을 개발, 제조하던 IT 테크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 상황.
물론 이 새로운 먹거리는 알다시피 무인-전기 자동차이다. 그렇다면 왜 이것이 먹거리가 되었을까? 일단 가장 큰 원인은 테슬라의 등장과 성공이다. 모두다 망할거라고 생각했던 스타트업 자동차 제조사는 이제 미쯔비시보다 더 거대한 자동차 생산 기업이 되었다. 게다가 기존의 자동차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성능과 기능을 가지면서 페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는중이다. 모델3의 발표회에서도 보았듯이 전기자동차의 잠재수요는 엄청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람들은 기존의 자동차에 지쳤다. 내연기관 자동차 만큼 기술적인 발전이 더딘 제품도 드물다. 주변을 둘러보라. 액정기술, 통신기술, 프로세서 기술은 하루가 멀다하고 일취월장 하고 있다. 휴대폰도 1년만 지나면 고물이 되어서 최신 게임은 버거울 지경까지 올라왔고, PC가 10년 발전하는 속도를 스마트폰이 5년만에 따라잡은 것처럼 전자공학 기술의 발전은 눈부시다. 하지만 기계 공학 기술의 발전은 턱없이 느리다. 따지고 들면 내연기관은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기본구조는 달라진게 없다. 단지 더 정밀해지고 더 효율이 높아졌다는 것일뿐. 그렇게 개선이 됐다는 내연기관 조차도 200년전 특허로 만든 전기자동차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박살나는 장면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헀다. 이제 사람들이 원하는건 비싼 전기자동차가 아니라 누구나 살수 있는 저렴한 전기차가 되었다.
구글의 경우 구글 글래스라는 프로잭트를 야심차게 밀다가 기술의 미성숙으로 거침없이 관짝에 묻어버리고 모듈형 스마트폰도 야심차가 밀었다가 현재 잠잠한것으로 보니 언제 관뚜껑에 못박힐지 모르는 상태이다. (애초에 잘 안될것도 같았다. 기성 제조사가 좋아할리도 없고 그보다 훨씬 좋은 사양을 더 낮은 가격에 팔아재끼고 있으니...)
그러나 요새 구글이 밀고 있는 사업인 무인자동차 관련 사업은 안드로이드 폰과 마찬가지로 자체 제조는 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기술 솔루션만 제공해줘서 하드웨어는 기업이 열심히 만들고 자신들은 시스템 사용료와 사용자의 빅데이터, 그리고 광고수익을 얻어 앉아서 코를 풀겠다는 것이 구글의 목표.
이와 대조적으로 애플은 프로잭트 타이탄을 통해 직접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독일의 여러 하청업체와 컨택하고 있으며 최근 BMW 미니의 하청 생산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플은 현재 막대한 현금 보유를 바탕으로 전세계의 유수한 인재를 진공청소기 처럼 빨아들이고 있는중. 특히 괄목할 만한 것은 테슬라의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인 크리스 페릿이 애플로 이직했다. 그리고 엔비디아의 무인운전 프로잭트 담당, 포드의 엔지니어링 수석, 폭스바겐의 무인자동차 엔지니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엔지니어등 전기/ 무인 / 자동차 분야의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관계자들을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는중. 이를 미루어 볼때 결코 애플카 프로잭트가 허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애플의 대적을 자처하는 삼성으로 써는 이를 손놓고 볼 수만은 없는일. 이미 테슬라가 대박을 터뜨릴때 부터 여러 곳에서 '삼성 또는 엘지가 전기차 산업에 빠른시일내에 진출하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많이 했었다. 엘지의 경우 올해 말 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갈 쉐보레 볼트(bolt) EV의 베터리 공급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터달린 물건은 엘지라는 말이 있듯이 전기 모터 분야에서도 잔뼈가 굵은만큼 엘지가 전기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경우 계열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이 있다.
그러나 삼성은 약간 독특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이미 자동차 산업에 한번 뛰어들었다가 외환위기 때 말아먹은 전례가 있기 때문. 물론 회사는 탄탄했지만 어른의 사정으로 삼성차가 골로 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그렇기에 삼성이 실패한 사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자동차에 재진입을 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현재 르노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빌려쓰는 조건으로 수천억원 단위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큰 산업으로 발전할 무인 / 전기 자동차 산업을 그냥 넋놓고 볼 수만은 없는 일. 과연 어떤 형태로 진출 할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이 전기차 산업에 뛰어든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예상을 해본다면, 일단 베터리야 SDI에서 잘 만들고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모터의 경우 테슬라에 들어가는 700마력짜리 모터도 실상은 200년전의 물건이다. 그 만큼 전기모터는 발전이 없는 기술중 하나 이니 어렵지 않게 구현할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전기자동차의 8할은 소프트웨어인데 원체 소프트웨어 적인 측면에서 강세를 못보이는 삼성이기에 스마트 폰 처럼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구글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체 운영체제인 타이젠의 경우 잘 개발해서 차량에 탑제하게 된다면 어떤 기반도 없이 멘땅에 해딩하거나 구글의 시스템을 빌려와 쓰는 제조사에 비해 많은 우위를 가질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삼성이 중국의 대표 전기자동차 회사인 BYD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기사가 났다.(https://www.engadget.com/2016/07/18/samsung-to-buy-stake-in-chinese-car-maker/) BYD의 경우 전기자동차 부문에 있어서는 테슬라 다음가는 선두주자로, 상업용 전기차량에서는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워랜 버핏이 투자를 하여 화제가 되도 했고, 중국내에서 최초로 B6라는 양산형 전기차를 시판하기도 했다.
특히 유럽권에서 운행되는 대부분의 전기 버스는 다 BYD제 이다. 특히 영국에서 모든 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에 발맞추어 세계최초의 2층 전기 버스로를 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두 회사는 삼성의 주식 보유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피했지만 정황상 자동차 제조의 냄새를 지울수는 없다. 앞서 말한 부분에서 삼성이 불리한 점이라고는 자동차의 뼈대인 차체 설계와 생산 밖에 없다. 삼성자동차는 닛산과 기술 제휴를 통해 세피로를 반조립 생산하다 시피 했기 때문에 자체 개발능력은 없기 때문. 이에 비해 BYD는 자체 설계 생산을 한지 꽤 되었으니 설계면에서 제휴가 있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해본다.
전기차 그까이꺼 엔진이랑 기름탱크 빼내고 베터리랑 모터 박으면 되는거 아니냐 라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전기차 설계가 쉽다면 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턱없이 낮은 주행거리와 출력을 가진 레트로핏 전기차 밖에 못 만드는지 생각을 해보자.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과는 다른 주행특성을 내고 차체의 중량도 훨씬 무겁기 때문에 설계도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테슬라나 GM 처럼 밑바닥 부터 전기차인 자동차를 만들기에는 전기차의 성공여부와 시장성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모든 제조사가 망설이고 있다. 현대가 아이오닉을 통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완전 풀 일렉트릭까지 3대를 한 패키지로 낸것도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였으리라. BMW나 볼보도 마찬가지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의 점유율을 앞지르는 날이 오기 전까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병행 생산하는 구조로 갈 것이다.
현재 이름난 전기차 기업으로는 테슬라, 페러데이 퓨쳐, 러애코,BYD가 있으며 포드, 쉐보레, BMW, 벤츠, 시트로앵, 푸조, 애스턴마틴등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도 전부 전기 자동차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이른바 테슬라 신드롬으로 전기차가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 특히 모델3의 40만명이라는 예약 수치는 기존 자동차 회사의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발표회 다음날 다임러 그룹은 비상회의도 열었다고)
미국 자동차 산업 태동기 때는 수천개의 자동차 제조사가 등장했으나 100년이 흐른 지금, 단 3개의 회사만이 살아남았고, 테슬라가 마침내 개업후 1년만에 안 망한 신생 자동차 기업 반열에 올랐다. 중국도 경제 개방 초창기에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수천개의 자동차 제조사가 등장했으나 현재는 몇십개 단위로 합병 / 재편되고 있는 상황. 그만큼 자동차 산업은 누가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느냐의 문제 인 것이다. 과연 전기자동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신생 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주도권을 뺏긴 기존의 자동차 기업들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지, 아니면 기존 제조사들이 악착같이 살아남을지는 시간만이 알것이다.
끝으로 스마트폰이 가져온 생활의 변화 만큼 전기자동차도 많은 생활의 변화를 안겨줄 것이고, 우리같은 소비자들은 그저 앉아서 이 흥미로운 광경을 팝콘이나 먹으며 즐기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