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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Thoughts

모듈형 컴퓨터 - 과연 먼 미래의 물건일까?


컴퓨텍스 2016에서 단연 화제였던 것은 아수스가 발표한 프로잭트 아발론이다. 기존의 PC는 메인보드를 기반으로 모든 부품이 장착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주요부품들은 모듈화가 되어있으나 거의 모든 기능들은 메인보드가 관리하고 있으며 이 메인보드의 영향 때문에 업그레이드 보드를 통채로 갈아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것에 의문을 가지고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다. 2000년대초 연구소(애즈락)에서 내놓은 여러 변태 보드를 보면 추가 소캣을 슬롯형태로 꽃는다던지 하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였다. 


인텔은 과거 펜티엄2 시절 슬롯형 프로세서를 내놓은적이 있다. 보통 컴퓨터가 오래되어도 PCI 슬롯은 레거시 지원이 되기 때문에 최신형 그래픽카드로 교체가 가능한것 과는 달리 CPU의 경우 세대가 바뀌면 소캣이 바뀌기 때문에 소캣을 따라가는 메인보드를 통채로 교체 해야한다. 그러나 펜티엄2의 경우 슬롯 방식이기 때문에 다음세대가 해당 슬롯을 지원하면 계속 바꿔 끼울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온 펜티엄3는 다시 소켓 방식으로 돌아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케피탈리즘 호!) 그러나 이런 방식은 장기적으로 보았을때 컴퓨터 관련 폐기물의 증가와 자원 낭비가 발생한다.  


지금까지도 시피유는 소켓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메모리의 경우도 세대가 지나면 슬롯의 형상이 바뀌기 때문에 보드를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SATA나 PCI 슬롯등 대부분의 입출력 포트들이 레거시 지원을 하고 있으며 모든 부품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컴퓨터는 Future-proof가 힘든 제품군중 하나이며,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고가의 기능 많은 메인보드를 사서 오래오래 쓰는 소비구조를 벗어나고 있다. 이것을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미니-ITX 규격의 성장이다. HTPC나 베어본 용으로 등장했던 이 규격은 PC를 콘솔대용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싼가격에 최신 규격의 소켓과 메모리, 그리고 그래픽 카드를 장착해서 적당히 쓰다가 미련없이 버리고 새 보드로 갈아탄다. 이러한 소비형태가 CPU 제조사와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추구한 궁극적인 소비구조가 아닐까 한다. 



여기서 한술더떠 요즘은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가 일체화 된 형태의 보드도 등장할 것이라고 하니, 조립 컴퓨터라는 문화에서 조립과 교체라는 부분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수스는 여기에 의문을 던지면서, 하나의 보드로 다수의 입출력 페널과, SSD를 핫스왑으로 사용할수 있으며 지리한 배선이 필요없는 파워서플라이, 그리고 수냉킷을 컨셉트로 공개하였다. 



소켓갈아치우기의 가장 큰 수혜자중 하나인 메인보드 제조사로는 상당히 참신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잭트 아발론의 아쉬운 점은 여전히 램슬롯과 CPU 소켓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메인보드에 비해 업그레이드가 쉬워지고 입출력포트의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여전히 CPU의 최대 지원 연한인 4년이상을 넘기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레이저의 경우 2013 ces에서 프로잭트 크리스틴을 공개하였다. 하나의 타워에 cpu, 램, 그래픽카드등 모든 부품들이 모두 서랍형태의 모듈로 장착되며 타워 내에 미네랄 오일 냉각이 적용되어있어 모든 부품의 냉각을 담당하는 구조이다. 궁극적인 모듈화 컴퓨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레이저는 그렇게 메이저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닐 뿐더러 이런 류의 컨셉트는 매번 컨셉트에 그친다. 왜냐고?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메인보드로 천년만년 써먹을수 있다면 도대체 누가 보드를 새로 살까. 메인보드가 날개 돋친듯 팔려나가는데 과연 누가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할것인가. 



아수스의 프로잭트 아발론은 여기서 부터 한계인 것이다. 완전한 모듈화로 업그레이드하기 쉽고 조립하기 편한 PC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CPU와 램슬롯은 다음세대 규격으로 넘어가면 교체가 불가능해진다. 



정말 제대로된 모듈화를 이루려면 모든 부품의 제조사들이 새로운 장치 규격을 만들어 컴팩트하고 고장없으며 교체하기 편한, 그리고 자원의 낭비가 최소화 되는 체계로 가야할 것이다. 유럽연합 주축으로 향후 10년 이내에 모든 입출력 장치가 USB-C로 통합될 전망이다. 이와 같이 PC 부품의 규격도 일원하여 모든 부품이 동일한 규격으로 통신할수 있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