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베일에 쌓여있던 그란투리스모 스포츠가 공개 되었다. 이전까지 그란투리스모는 정식 넘버링 + 돈주고 하는 베타테스트(일명 프롤로그) 형태로 나뉘어져서 공개가 됐었다. 그란투리스모 2~4는 프렌차이즈의 최대 전성기로 레이싱 게임 역사에 한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등장차량, 탄탄한 라이센스모드, 잘 짜여진 커리어 모드, PS2 스팩으로 1080i까지 나오는 포토모드까지. 그란투리스모라는 이름은 곧 혁신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폴리포니는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해서 살거라던 구라까기 켄의 희대의 명작 플레이스테이션3으로 출시된 그란투리스모5 프롤로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그래픽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물리엔진이나 사운드는 4에서 발전된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픽 마저도 깍두기가 난무하는 그림자와 타이어스모크, 엿가락 처럼 휘어지는 차체등 퀄리티에 하자가 매우 많았다. 이어 출시된 정식 넘버링인 그란투리스모5에서도 이는 개선되지 않았고 수많은 깍두기 스크린샷과 어이 없는 물리엔진 영상으로 모든 이들에게 조롱만 되었다.
Dem physics, yo.
신화의 몰락
물론 전작의 후광이 있었기에 그란투리스모5는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유저들의 평은 4에 비해 좋지 못했다. 동시대 경쟁작들의 필수 스팩인 차량의 내부는 일부차량에만 구현되어 있었고, 심지어 4에서 사용된 SD모델을 스텐다드 차량이라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로 들고와 HD게이밍에서 우려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죽 했으면 덴 그린월트가 '우리는 자동차를 차별하지 않습니다.' 라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던졌을까. 특히 경쟁작인 포르자는 넘버링을 신나게 올리며 끊임 없이 게임 시스템을 개선해나가고,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포럼을 통해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포르자4의 후지미 카이도 업데이트 처럼 포르자의 전문 드라이빙 팀인 팀 블렉잭과 협업하여 게임을 개발하는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레이싱 게임의 시대를 열었다.
최근들어 얼리엑세스나 크라우드 펀딩같이 유저가 개발에 관여하는 이른바 커뮤니티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커뮤니티 개발의 가능성을 크게 보여준 것이 바로 프로잭트 CARS와 아쎄토 코르사 그리고 더트 랠리이다. 셋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하였고 활발한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게임을 개선하였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두었다. 예전에는 개발자와 유저가 1대1로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처럼 매체가 발달하고 '소통'이 중요한 생활의 한 부분이 된 지금은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폴리포니 디지털은 아직도 외곬수 마냥 구석에 틀어박혀서 방망이 깍는 노인처럼 게임을 깎고 있다. 그것도 매우 오랫동안. 그란투리스모 6가 나온지 어언 3년이 흘렀다. 자동차 업계야 모델 교체주기가 5년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다 치더라도 게임시장은 한달이 멀다하고 새 기술이 등장하고 새 게임이 나온다. 그란투리스모4가 나올시절에는 경쟁작들의 발전속도가 더뎠고 레이싱 게임이라는 장르가 매니아 층을 공략하다 보니 네임드한 타이틀이 많이 팔리는 경향이 있었다. 마치 햇반이 즉석밥의 대명사 처럼 여겨지고 나중에는 고유명사화 된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란투리스모5가 나온 이후의 레이싱 게임 판도는 급격하게 변했다. 경쟁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쫒아왔다. 누구는 모형차량을 놓고 차량을 깎는동안 제조사의 캐드 데이터를 들고와 초 정밀 모델을 만들고, 그 마저도 모자라 스크린에서 가장 돋보일수 있도록 모델링을 변경하고, 트랙을 레이저 스캐닝해서 작은 요철하나, 배수로 하나까지도 남김 없이 구현하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렇다면 이 3년이라는 시간동안 폴리포니는 무엇을 한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이 바로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이다.
차세대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 스포츠는 폴리포니 디지털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잇기 위한 도전이다. 기존의 레이싱 게임이 가상현실에서만 그쳤다면, 그란투리스모 스포츠는 FIA와 협력하여 공인된 레이싱 시리즈로 발전한 것이다. 이는 폴리포니 디지털이 이전부터 시도해오던 GT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GT 아카데미의 경우 닛산과 함께 진행한 프로잭트로 여기서 선발된 드라이버들이 레이스 세계에서 활동하면서 그란투리스모의 저변을 넓히는 효과를 주었다. 야마우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FIA와 파트너십을 맺고 네셔널 컵과 메뉴팩쳐 팬컵으로 분류되는 두개의 챔피언 쉽을 FIA공식 경기로 채택되는데 성공하였다.
콘솔의 사양이 올라가고, 세대가 바뀌면 사용자들의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인상'이다. 즉 눈으로 보는 비주얼과, 손으로 느끼는 물리엔진의 감각, 그리고 귀로 듣는 사운드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이런 요소가 발전이 없다면 아무리 게임성이 좋고 탄탄하다 할지라도, 적어도 엄청나게 참신하거나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인디게임류가 아닌이상 메이저 퍼블리셔에서 천문학적 단위의 돈을 쏟아부은 AAA급 게임에 기대하는 바는 비쥬얼 / 물리 / 사운드 3요소가 첫번째이다. 똑같은 소니 퍼스트 파티인 너티독인 개발한 언차티드4의 경우 플레이스테이션4의 한계까지 짜냈다고 여길만큼 믿을 수 없는 비쥬얼과 컨트롤 감을 이뤄냈다. 적어도 세대가 바뀐다면 이 정도의 발전 정도는 사람들이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란투리스모 스포츠는 이런 기대감을 나노 단위로 박살내기에 충분했다.
스텐다드 차량의 멸종
도대체 누가 닛산 EXA CANOPY L.A.Version Type S '88 같은 차를 타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서 이것을 GT에 넣어놓았는지 모르겠다. 차량 대수 자위도 그 구성이 알차야지 의미가 있는 것이지 연식 / 출시 국가로 똑같은 모델 우려먹으면서 장난이나 치고 95%를 다른나라 사람들은 별 관심도 없는 일본 내수용 차량으로 도배를 해놓는 것은 도에 지나친 짓이다. 오늘도 그보딸을 외치는 몇몇 극성 그란충들은 '야마우치는 너무 자동차를 사랑해서 버릴수가 없는 거에욧!' 이라며 현대판 신파극을 찍고 있다. 그런 극성빠들의 바람과는 달리 그란 스포츠에서는 스텐다드 차량을 완전히 버렸다. 공식 사이트에는 시트의 스티치 한 땀 한 땀까지 꼼꼼하게 표현했다며 자랑하는데, 요즘 그정도는 개나소나 다 하는 것임을 폴리포니는 간과 한것 같다.
스텐다드 차량을 쉴드치는 논리중 하나가 '옛날 차량은 캐드 데이터가 없으니 최신 차량처럼 빠르게 만들지 못한다' 또는 '차량을 구하기가 힘들어 레이저 스캐닝이 쉽지 않다'는 논리를 들곤한다. 이렇게 따지면 50년대 레이싱카들을 부품하나하나 재현해낸 포르자나, 프로잭트CARS, 그리고 아쎄토 코르사는 오늘도 어리둥절 해진다.
드라이브 클럽을 통해 PS4의 하드웨어를 활용하면 어느정도 수준의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는지 에볼루션 스튜디오가 증명해냈다. 하지만 에볼루션 스튜디오는 구조조정의 철퇴를 맞고 사라지고 직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드마스터즈로 가버렸다. 그란투리스모 스포츠의 티저가 뜰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은 비쥬얼 이었다. 사운드는 이전부터 형편없었으니 기대감이 낮다고 쳐도 비쥬얼만은 경쟁사를 압도했던 것이 그란투리스모 아니었던가. 게다가 보통 콘솔 초창기에 나오는 게임들은 기술의 미성숙과 노하우의 부족으로 그래픽이 부족한 편인데, 드라이브 클럽은 경쟁작들과 비교해봐도 비쥬얼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놀라운 디테일을 자랑했기에 PS4의 하드웨어와 그란투리스모의 그래픽이 합쳐졌을때 만나는 결과물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공식 발표 트레일러가 나올때만 해도 'PS4의 실기로는 이 정도는 껌인 그래픽이 아닌가!, 인게임 그래픽도 이 정도는 무난하게 뽑아주겠지!' 를 외치며 그란빠들은 고간이 뻣뻣해졌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in-game 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당연히 CG 랜더 였음을 눈치 챘어야 했는데...
하지만 현시창
그러나 공개된 영상은 참담했다. 아직도 PS3 수준의 그래픽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화면이 어두컴컴 한것이 꼭 그란투리스모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 차량들의 디테일은 전세대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경쟁작보다 못 했으면 못 했지 월등히 뛰어나지도 않았다. GTS의 형편없는 다이나믹 레인지는 마치 모바일 레이싱 게임을 방불케 했다.
리얼 레이싱3
모바일로만 나오는 리얼 레이싱이나, 멀티 플렛폼인 아스팔트 조차도 GTS에 버금가는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발전없는 커스터마이징
GTS는 GR이라는 독자적인 차량 분류방식을 도입하였다. FIA 공인 차량 뿐만 아니라 이 스팩으로 튜닝된 차량이 없는 차들도 그란투리스모가 직접 튜닝을 한 차량이 함께 경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전의 GT5에서 레이스 스팩으로 튜닝할 수 있었던 것을 GT6에서 없애고 별도의 차량으로 넣었다가 다시 GTS에서 GT5 처럼 되돌린 것이다.
R8, 650S, R.S.01 처럼 레이스 스팩으로 출시된 차량 뿐만 아니라 FT-1, WRX , C7 처럼 레이스 스팩이 존재하지 않거나 양산되지 않은 차량 까지도 모두 동일한 클래스에서 경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서 드는 한가지 의문점은 137대의 차량은 순수 차량대수를 의미 하는 것 인가? 이다. 여러가지 스팩으로 차량을 튜닝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인데, 여러 공개된 스크린샷을 보니 GT3 클래스 뿐만 아니라 몇몇 차종은 랠리 스팩까지 존재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여러차종을 튜닝 하여 다용도로 사용하는 더 크루와 같은 튜닝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튜닝된 차량까지 별도의 차량대수로 치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든다.
리버리 에디터라는 신기능이 추가 되었다. 포르자에 있는 디자인 쇼케이스와 유사한 기능이다. 포르자 만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포르자에 범람하는 이타샤 관련 디칼을 찾아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디칼 시스템은 여러 경쟁 게임에서 시도가 된 부분인데, GT는 매우 늦게 도입한 축에 속한다. 포르자가 버전3부터 이 시스템을 지원하였고 나중에는 포르자 프랜차이즈 전체가 디자인을 공유하는 거대 라이브러리화 되었다는 점과 매우 대조 된다.
더 이상 반쪽이 아닌 비전 그란투리스모 그러나...
비전 그란투리스모의 경우 GT6에서는 하드웨어 스팩의 한계로 실내가 구현이 안된 반쪽짜리 차량이 등장하였다. 프로잭트는 야심찼지만 PS3이 발목을 잡은것이다. 비전 그란투리스모의 디테일로 보아 차기 그란투리스모로 공개 할 것이 자명했으나 폴리포니의 태업으로 발매시기가 늦춰지고 할 수 없이 GT6에서 땜빵으로 나온게 아닌가 라는 예측을 해본다. 작년초에 VGT를 발표하면서 GT7과 함께 세계의 여러 모터쇼에서 프로모션을 감행 했어야 했으나, 일정에 맞지 않는 개발 속도 때문에 결국 GT6로 내놓고 메이커 홍보만 열심히 한 꼴이 된것이다. PS4의 하드웨어 파워로 인해 VGT는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었으나 여전히 PS3의 포토모드를 보는 듯한 디테일의 아쉬움은 뿌리칠 수가 없다. PS4를 위한 초 하이폴리곤 모델이 있다는 루머는 어디로 간걸까.
효과는 어디다 팔아묵어 부렷어?
공개된 영상을 보면 도로에 스키드 마크도 안 생기고, 타이어스모크는 무슨 인디게임 마냥 방역차 같이 뿜뿜대고, 차량의 데미지도 없으며 총체적 난국을 달리고 있다. 스핀하는 자동차는 무슨 빙판길에서 미끄러진 것 마냥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을 보니 기본적인 도로의 노면 물리나, 타이어 물리가 구현된 것이긴 한것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이 정도는 요즘 니드포 스피드도 하는 것이 아닌가?
더트코스 데모 스크린샷을 보면 차량이 험로를 달리는데도 더러워지지도 않으며 도로에 바퀴자국 하나 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노면 물리 효과가 적용 된것 이길레 이와 같은 표현을 해주는 것일까?
개나소나 다하는 레이저 스캔 니네는 왜 안하니?
포르자, 아쎄토 코르사, 아이레이싱, R3E등 이름있는 레이싱 시뮬레이터들은 모두 레이저 스캐닝을 하고 있다. 심지어 구획에 배치된 나무 까지도 정확하게 구현하는등 미친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는데, 스스로 서브 타이틀을 리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라고 칭했던 그란 투리스모는 아직도 레이저 스캐닝을 하지 않고 있다. 경쟁 게임들은 도로표면의 작은 범프 하나까지도 구현했다고 하는 마당에, GT는 아직도 구식 모델링을 끌고오고 있는 것이다. 폴리포니는 소니 퍼스트 파티로서 많은 자금을 지원 받고 있고 결코 작은 스튜디오가 아니라는 점에 비춰볼때 일의 하는 방식 자체가 잘 못됐고 수장으로 있는 사람의 경영능력부터 의심가게 되는 대목이다.
에이스 처럼 편안한 물리엔진
이게 무슨 마리오 카트냐 ㅡㅡ
GTS의 핵심요소중 하나인 그란투리스모 LIVE 시연 영상을 보면 너무나도 어이없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마치 빙판길을 달리는 듯한 차량의 접지력은 심케이드 게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게다가 서스펜션 지오매트리는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될 정도로 차량은 노면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과연 이것이 하드코어 레이싱카의 섀시 거동인가 두눈의 의심케 만드는 모습이다. 도대체 3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폴리포니는 무엇을 한것 일까? 포르자는 오픈휠 타입의 차량을 표현할수 있는 물리엔진을 개발하지 못했다며 포르자5가 나오기 전까지는 오픈 휠 타입의 차량을 만들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포르자5에는 새로 개발한 물리엔진과 함께 오픈휠타입 차량을 내놓았다. 적어도 이런 성의는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게임이 새로 나왔는데 포토모드나 그란투리스모 라이브등 부수 적인 내용만 떠들어 놓았지 물리엔진이나 그래픽엔진의 발전등 유저들이 가장 기대했던 알맹이는 모조리 빼먹었다.
사진찍는 프로그램인데 경주도 되요!
공개된 스크린샷을 보면 배경의 디테일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실제 사진이기 때문이다. HDRI라는 기법을 활용한 것인데, 360도 사진을 찍은 후 거기에 라이팅 소스를 주고 위에 차량 모델을 올려 그럴싸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전 포토모드의 경우 실제 모델링이 된 세트에서 차량을 배치하고 촬영을 했는데 일종의 개악이라고 볼 수 있다. 탁트인 외부에서 찍은 포토모드도 그림자라던지 타이어의 반사라던지 여러 어색한 부분이 산재해 있지만 더욱 심해지는 것은 실내를 배경으로 한 부분이다.
실내의 포토모드는 마치 모델링 툴로 제작해 몇시간 걸려 렌더링 시킨 대학생 졸업 작품마냥 어색하다.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나아진 점이라고는 차량을 2대 이상, 최대4대 까지 배치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사진 촬영장소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전 버전에서 처럼 하나의 맵에서 이동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은 불가능 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배경이 전부 사진이기 때문.
위가 트레일러, 아래가 실제 영상
그리고 정식 영상이 나오기전 공개된 스크린샷은 전부다 포토모드 구라스크린샷 이었다. 뚜껑을 까고 정식 영상을 보니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그들이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여러 표정이 있는 나무'는 어디로 가고 구세대 게임에서도 좀처럼 찾아볼수 없었던 텍스쳐 판때기 나무가 판치고 있다. 구라도 적당히 쳐야지. 포토모드로 번지르르한 스샷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속을줄 알고?
리얼 진공청소기 시뮬레이터
그란투리스모는 전통적으로 사운드가 형편없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많이 까였고, 폴리포니도 이 사실을 인지 하고 있는지 턴텐의 사운드 엔지니어를 스카웃 했다. 하지만 GTS의 뚜껑을 열어보니 나아진게 하나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차량들은 여전히 진공청소기 마냥 앵앵 거리고 타이어가 미끌리는 소리는 속도에 상관없이 똑같았다. 미스파이어링의 사운드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차체의 충돌음은 여전히 목탁두드리는 소리마냥 허망했다. 연석을 밟는 건지, 보도블록을 밟는건지 구분이 안될정도로 효과가 미미했고 방음처리가 안된 레이스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나 편안하고 조용한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이전에 미러스 엣지 카탈리스트의 개발 영상을 보면 디렉터가 이런 말을 한다. '좋은 소리가 나면 좋아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렇다. 사운드가 좋으면 눈으로 보이는 것 까지도 좋아 보인다. GTS는 눈으로 보이는 것도 형편이 없는데 귀로 들리는 것 마저도 형편이 없다. 총체적 난국 인것이다.
예전부터 조롱하듯 그란투리스모를 리얼 진공청소기 시뮬레이터라고 부르곤 했다. 그런데 어느순간 정말 진공청소기 시뮬레이터가 되버리고 말았다.
GT 스포츠는 정식 넘버링?
그란스포츠는 앞서 언급한 프롤로그와 비슷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GT6는 프롤로그 없었는데?" 라고 할 수 있으나 GT5 본편이 GT6 프롤로그라고 보면 된다. GT7의 프롤로그 격도 아닌, GT6의 PS4 리마스터링 버전이 GT스포츠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게임의 완성도로 보았을때 이것을 그란7이라고 내놓았으면 지금보다 더 욕먹었을 것이 안봐도 블루레이다. 그나마 GTS라고 새로운 IP에 도전한다며 설레발이라도 칠수 있는것.
E-Sports 시장으로의 도전
그란투리스모 스포츠는 출시부터 E-sports를 겨냥해서 나왔다. FIA와의 협업도 그러하고, 현재 급부상하는 이 산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것이다. 원활한 온라인 플레이를 위해 디테일을 희생하였다고 변명은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재 표준에서 뒤떨어진 물리엔진과 PS4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형편없는 비주얼, 그리고 개선하겠다면서 턴텐의 엔지니어까지 데려가서 만든 사운드의 결과물이 고작 진공청소기 수준이라는 말인가?
도대체 3년간 뭘 했나?
대적관계인 턴텐은 동일한 기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일단 차세대의 포문을 여는 포르자5를 발표했고, 포르자 호라이즌이라는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를 개발하여 호라이즌2로 더 발전시켰다. 호라이즌2는 전작에 비해 모든 면에서 나아졌으며, 차세대 독점작도 아니고 무려 차세대/ 구세대 동시 발매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제한된 자원 내에서 턴텐 스튜디오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 이다. 뿐만 아니라 F&F와의 협력을 통해 호라이즌2의 스핀오프 시리즈도 나왔으며, 스톰 아일랜드와 같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DLC도 나왔다. 그리고 포르자5의 단점을 모두 개선하고 엑스박스원의 제한된 하드웨어 스팩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이전에는 지원하지 않던 시간대와 기후변화 그리고 1080P 60fps 칼고정이라는 결과까지 만들어 내었다.
그런데 GTS는? 시간대 변화, 기후변화 다 사라지고 그래픽은 오히려 후퇴했다. 데미지 모델은 사라졌고, 차량의 물리엔진은 표준에도 못 미친다. 이제 그란펜들이 포르자와 타 레이싱 게임을 까면서 놀려대던 것들이 오히려 역공 당하게 되어버린 것.
실제 라이선스고 나발이고 간에 기본에 충실하자
펄~럭
물론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나 독창적인 요소의 도입은 환영할만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하기 전에 먼저 해야 될 것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기본이다. 레이싱 게임으로써의 기본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기본이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요소가 있다고 해도 게이머들에게 인정 받을 수 없다. PS4라는 최신 하드웨어를 가지고도 GT6의 업스케일링 리마스터판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은 곧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GTS는 현재 FIA 정식 라이센스를 게임을 통해 딸 수 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당연히 유료이며,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물리엔진이 형편없는 아케이드 급의 게임을 가지고 실제 모터스포츠 라이선스를 딴다면 운전면허 시험완화로 인한 한국 처럼 폐단이 커지지는 않을까 라는 우려가 앞선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건 없다.
게임을 사는 주체는 유저 이다. 이를 무시하고서는 절대로 좋은 게임이 나올수 없다. 지속적으로 지적받았던 형편없는 사운드와 부족한 그래픽, 그리고 경쟁작들에 비해 심하게 후달리는 아케이드 틱한 물리엔진, 그리고 데미지 모델의 부재는 차세대에 넘어와서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개선의 의지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단지 야마우치 자신의 마음에만 드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아집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영원한 승자란 없다. 더군다나 하루가 멀다하고 변화하는 게임 세상에서 언제까지 팬심으로만 먹고 살 수도 없다.
예정되어 있던 베타가 취소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야마우치 자신도 유저들의 냉소적인 반응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싶다. 차세대 콘솔이 나온지 3년이 지났다. 이 때쯤이면 언차티드4 같은 퍼스트 파티의 거대 명작이 나오는 것을 누구나 기대한다. 왜냐면 이정도 개발 기간이면 모두를 놀라게 할만한 게임이 나오기는 충분한 기간 이기 때문. 하지만 야마우치가 뭔짓거리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3년만에 폴리포니가 들고온 결과물은 GTS 뿐이다.
어쩌면 제2의 쉔무가 그란투리스모가 아니라 제2의 그란투리스모가 쉔무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