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현재 덴마크의 슈퍼카 업체인 젠보(Zenvo)가 만든 ST1에 관련된 테스트에 대해서 끊임 없는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젠보 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제조사가 밝힌 공식 입장에 따르면, 2010년판 톱기어 매거진에서 이 차량을 리뷰했을 때는 최고 평가를 받았으나 TV 방영분에서는 아주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기에 모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편파보도에 따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톱기어 매거진 2010년판 리뷰 - http://www.topgear.com/uk/photos/stig-versus-zenvo-st1 )
제조사 측 에서는 젠보 ST1은 톱기어 트랙의 직선주로에서 304km/h를 기록해서 여태 까지 온 슈퍼카 중에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했으나 방영하지 않았으며, 시속 0에서 100km/h 가속시간은 톱기어 트랙의 젖은 노면에서 2.69 초를 기록하였는데, 노면의 상태를 보면 아주 빠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방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테스트 중 결함에 대해서 제조사가 언급하기를, 톱기어 촬영팀이 차를 너무 험하게 몰아서 첫번째 방문시에 클러치가 타버리고, 뒷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두번째 방문때는 톱기어 테스트 트랙에서 1시간의 격렬한 주행으로 무려 50리터의 기름을 소비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발화의 근원은 결함이 있는 인터쿨러 팬 이며, 부품 공급사에서 결함이 있는 부품을 제공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차량 가격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였는데, 방영분에서 나온 14억 3천만원은 잘 못 명명한 것이며 실제 차량 가격은 11억 8천만원으로 정정 보도 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느렸던 파워 랩타임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습니다. 톱기어 촬영 당시와 현재까지도 영국 날씨는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 기상입니다. 이상기후로 기온이 매우 낮고 비가 많이 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345/30 ZR20 타이어가 제 위력을 내지 못 했기에 랩타임이 형편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젠보 측은 마른 노면에서 다시 랩타임을 젤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비판
아마도 차를 까기 위해서 고의적인 편집을 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테슬라 로드스터S 때도 베터리 잔량이 남아있었으나 방전된 것으로 치부하고 제레미가 트랙을 걸으면서 리뷰를 해버렸습니다. 이와 같이 시선을 집중시키고 논쟁거리를 만들어 주요언론과 혹자들의 입에서 이름이 오고가게 하는 일종의 톱기어 측의 노이즈 마케팅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근거 없이 폄하하고 매도하는 톱기어 측의 태도도 잘 못 된 것이지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톱기어 측은 왜 최고속도나 가속시간과 같은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을까?
젠보가 비주류 메이커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데이터를 공개했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일단 메이커의 이름조차 생소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테스트에서 있었던 사건인 차량 결함과 화재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보도를 한것 입니다. 사실 차량 자체는 매우 잘 만들어진 편 이었습니다. 디지털 클러스터도 딜레이가 없는 것을 보면 사소한 부분까지도 많이 신경을 썼고, 슈퍼차져와 터보차져를 함께 쓰는 방식도 아주 고난이도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촬영 감독이었더라도 후자와 같은 부분보다는 전자와 같은 부분을 강조했을 것 입니다. 왜냐면 대중은 자극적인 것을 원합니다. 그냥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1천마력 짜리 겁나게 비싼 슈퍼카로는 별로 임펙트가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시승 중에 불이 나버렸으니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도 없었을 겁니다. 최고 속도 관련해서는 정말 짧게 한 1초 남짓 안되게 305kph가 찍힌 속도계를 보여줬고 제레미가 ‘정말 빠르다’ 라는 언급은 하긴 했습니다. 물론 제조사 측에서 원하는 홍보는 이 정도 수준이 아닌 것 같지만요.
하지만 한 두푼도 아닌 11억짜리 차가 그렇게 쉽게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
물론 슈퍼카는 불이 잘 붙습니다. 포르쉐도 불이 붙고, 페라리도 불이 붙습니다. 단지 젠보가 운이 없게도 세계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자동차 프로그램의 테스트 상황에서 불이 붙어 버린 것이지요. 하지만 첫 번째 결함이 났음에도 수리를 하고 다시 방문해서도 더 큰 결함이 터졌다는 사실은 신뢰성에 큰 하락을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테스트가 아무리 격렬하다고 해도, 차량을 개발할 때는 그것 보다 더 가혹한 테스트를 거치게 됩니다. 톱기어 측이 고의로 차에 불을 질렀을 리는 없고 차량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억울한 것이 아니라 전적인 회사 책임으로 봐야 합니다.
불은 붙을 수 있지만 겨우 그거 달리고 불 붙는건 좀 아니다.
젠보는 페라리나 포르쉐 같은 여러 슈퍼카 메이커와는 달리 레이스 참가 경험이 전무합니다. 물론 자국 레이스에 참가 했을수도 있지만 그런 것까지는 포함 시키기에는 인지도가 낮습니다. 슈퍼카 메이커들은 자사 차량을 레이스를 통해 극한까지 몰면서 부품의 내구도를 테스트 합니다. 덕분에 테스트 도중 트러블이 생기면 즉각 개선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몇 달간의 주행으로 불이 붙는 타사 차량과는 달리 젠보는 몇 일간의 톱기어 테스트 트랙의 주행 만으로 차가 퍼져버린 것입니다. 젠보 ST1은 애초에 그런 극한 상황까지 달려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조사 측이 주장하는 극한 상황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 정도보다 더한 가혹한 강도의 테스트를 이미 유명 스포츠카 업체의 차량들은 이겨내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자주하는 공급이나 협력업체 탓 을 시전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찌질해보입니다. 명품 슈퍼카 업체가 되고 싶다면 대처도 명품처럼 하면 좋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차량 제조업체에서 비주류라는 것은 곧 ‘성능 검증이 되지 않은’과 같은 말과 같습니다.
파워랩타임은 재측정이 필요한가?
파워랩타임 같은 경우에는 톱기어 측이 다시 테스트를 하는게 맞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의견 모두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일단 다시 테스트를 해야 하는 이유는 톱기어 테스트 트랙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기상 상황에서는 절대로 좋은 랩타임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특히 기온이 매우 낮아 주행 영상을 보면 타이어에 접지력이 없어서 가속이 잘 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ZR급 타이어라면 어느 정도 노면이 끈적해야 잘 달릴수 있는데 비가 오는 데다가 기온까지 낮으니 차량으로서는 최악의 컨디션이었을겁니다. 젠보 측이 주장하는 마른 노면에서 다시 랩타임을 재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습니다. 노면 상태가 받쳐주지 않으면 일반 차량보다 더 형편 없이 달리는게 레이스카 이니까요.
그러나 여기에 반론을 들어보자면, 톱기어의 스포츠카 테스트는 늘 맑은 날에만 하지 않았습니다. ST1이 속한 하이퍼 카 중에서는 젖은 노면 랩타임이 없지만 스포츠카 부문에서 본다면 렉서스 LFA가 있습니다. 촬영은 맑은 날 이었지만 랩타임은 아주 젖은 노면에서 측정이 되었고 랩타임은 1분 22초 8 입니다. 그에 비해서 젠보 ST1은 1분 29초 9 입니다. 젖은 노면에 대한 보상 수치는 +4초 입니다. 그래서 젖은 노면 차량과 비교를 해보자면 1분 25초 대로 봐야 하는데 25초 대에는 슈퍼카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스파이더 밖에 없습니다. 렉서스 LFA도 아주 젖은 노면에서 랩타임을 찍었는데 비교적 빠른시간 (1분 18초)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차량 자체의 퍼포먼스가 그다지 좋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온보드 영상분석 - 랩타임이 형편없는 것은 기후 뿐만 아니라 차량의 책임도 있다.
특히 방영분이 아니라 온보드 영상을 보면 그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젠보 ST1은 요즘 스포츠카들이 사용하는 듀얼 클러치 방식의 변속기를 장착하지 않고 6단 수동 기어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1천마력이 넘는 슈퍼카에 수동기어는 운전자가 왠만한 실력자라고 해도 변속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 출력을 다루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나 제조사의 기술력 부족인지는 몰라도 일반 수동 기어를 사용했습니다.
온보드 영상의 출발 부를 보면 변속시 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 가속과 변속 과정마저도 심하게 울컥 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엔진 출력이 구동계를 지나는 것 조차도 매끄럽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1분 13초 부근에서는 기어 갈리는 소리까지 납니다. 엔진 출력을 높이는게 전부가 아니라 파워를 땅으로 전달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미숙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상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보면 11억 짜리 차량임에도 패널 간의 부딫 히는 소리나 내장재 끼리 닿이는 소리가 매우 거슬립니다. 물론 신생 스포츠카 업체에서 나온 차량이 엄청난 성능을 내는 것은 무리이지 만 서도 자신들이 주장하는 수치만큼 차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차량 완성도 면에서 볼 때 ‘무리가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톱기어 측이 진정으로 차를 리뷰 할 마음이 있다면 맑은 날에 다시 타임을 측정하는게 옳은 일일 것이고, 그냥 가십거리로 삼고 말 것이면 여기서 케이스는 종결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전의 코닉세크와 톱기어 윙을 달고 나오던 시절의 톱기어만 해도 다시 테스트를 해줬을 테지만, 지금의 톱기어는 규모도 크고 보여줄 것도 많은데 다시 랩타임을 찍어줄 일은 그다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