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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Thoughts

덴소 인사이드

덴소 인사이드

덴소는 도요타의 자회사이지만 GM의 델파이 처럼 부품을 다른회사에 판매도 합니다. 사실 덴소 인사이드라는 책의 제목은 앞에서 설명드린 이유때문에 이중성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면 일본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는 덴소의 부품이 안 쓰이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를 덴소 인사이드라고 부르죠. 하지만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보자면 덴소 사내 문화를 설명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고요.


덴소는 이름에서 알수있듯이 전장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초기에는 전장품을 만드는 업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계 톱순위 안에 드는 커먼레일 디젤 인젝션 시스템부터 볼트까지 거의 모든것을 만들어 내는 종합 부품업체로 성장했습니다. 어떻게 히터나 전등 같은 부품을 만드는 업체가 이렇게 성장할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책의 서두에서 책의 저자의 아들이 중학생으로 나오는데, 덴소에 취직 하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사실 덴소에서 세운 기술단기 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적혀있기는 하지만 이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곧 덴소에 입사와 다름없기 때문에, 취직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듯합니다.


이 기술단기학교에 대해서도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흔히들 한국에서 표현하는, 공고나, 실업계 고등학교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공고나 실업계는 수준이 낮고, 공부를 되게 못하거나 취미가 없는 아이들, 대학에 갈마음이 없는 아이들이 가는곳으로 인식이 되어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책에서 덴소의 기술단기학교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 이놈의 회사는 무슨 중학생을 대려다가 기술교육을 시키는구만...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교육학교에 대해서 차근차근 읽어보니 제 판단은 틀렸다는 것은 알게되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고나 실업계와는 수준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 일본에도 우리의 실업계나 공고 같은 학교들이 있습니다.) 점입니다. 덴소의 기술 단기 학교는 전국에서 지원을 받고, 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출해서 면접을 통해서 최종선발을 하게 됩니다. 사실상 학교가 아니라 사원을 뽑는다는 마인드로 재학생을 모집하게 되죠. 그래서 한 학년이 30명 남짓 되는등, 초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 단기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는가? 라는 의문이 들텐데, 사실 저도 이 점이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덴소의 기술 단기학교는 정부에서 인정하는 교육기관으로 등록되어 있어, 일반 중,고등학생들이 배워야 할 필수 교과목을 전부 배우게 됩니다. 정규 교과목과 더불어 학생개개인의 계발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학생중에서는 특기를 살려 체전이나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점은 일반고등학생과 똑같은 생활에 기술교육까지 같이 이수를 받는 다는것 입니다.이는 덴소의 인재교육 방향에도 나타나 있는데, 인재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인성이며 그 다음을 지식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중에서 특정 기술 분야에 뛰어난 학생은 별도로 지도를 받아서 기능 올림피아드에 참가하게 됩니다.


기능올림픽은 70~80년대 한국의 독무대나 다름 없었던 곳이죠. 하지만 더 이상 한국은 기술 올림피아드 상위 국가가 아닙니다. 아마도 기술을 경시하는 풍조가 이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잇겠죠. 덴소의 기술 단기학교에는 기능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포진해있습니다. 즉 단기학교 졸업생들은 덴소의 사원이기 때문에 계속 남아있는것이죠. 게다가 메달리스트들이 기능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1대1로 지도 하고 있으며, 이를 장인정신이라고 표현합니다. 특히 이 장인정신이라는 항목이 드러나는것이, 우승한 매달리스트의 일화를 보면 잘 알수 있습니다. 1미크론을 잘라낼수 있는 것을 훈련하고 대회에 참가하여 제시된 설계도가 잘 못되었음을 지적하고, 금메달을 따게 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이 잘 못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인데, 숙련도의 높은 경지에 올랐기에 설계도가 틀렸다고 자신있게 선언할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고급인력을 키워 그 고급인력의 기술이 계속 전달되게 하는것, 이것이 덴소의 저력입니다. 맨날 하청돌리고, 원가 절감하는 한국과는 많이 대비되는 면이죠. 사실 정밀기공이라는게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사람만이 가능한 부분은 어느정도 남아있습니다. 특히 이는 커먼레일 디젤 인젝션 개발 비화에서 드러나는 부분인데, 독일 보쉬보다 더 정밀한 커먼레일 디젤을 양산하게 됩니다. 뛰어난 기술력과 제조능력이 조화를 이루어야지만 나타날수 있는 부분입니다.


흔히 인재 경영이라는 말을 자주쓰곤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인재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한명의 힘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맞먹는 역할을 하는 인재? 아니면 집단의 구성원을 지칭하는 말일까요? 대부분의 나라나 집단에서는 전자가 인재의 의미로 쓰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어 있는 덴소는 좀 달랐습니다. 덴소에서 인재란 구성원 모두를 지칭하는 말이었으니까요. 덴소는 공장가동이나 업무와는 별개로 사내 대회를 엽니다. 직원들이 단순한 기기를 조립해서 속도나 정확도를 겨루는 시합을 벌인다던가, 여기서 나아가 협력업체와도 함께 이런 경쟁을 합니다. 단순한 일을 넘어서 그것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도전정신을 갖게 합니다. 또한 공장에서 풍경도 다른 회사와는 차별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언제든 자신의 의견을 게시판에다 게시할수 있게 되어있고, 그 대상이 다른직원이든, 상관이든간에 당사자는 그 아래에 답변을 달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게 소위말하는 전시행정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것이 아니라, 직원과 회사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렇게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아무 문제 없이 피력할수 있는 구조에서 나온 일화가 책에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이회사는 수준이 다르구나 라는 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죠.


그 일화는 덴소가 납품하는 오토바이용 클러치와 드라이브 샤프트가 있는데, 어느날 이것을 조립하는 여직원이 부품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라고 말하며 라인을 멈출것을 요구 했습니다. 상사는 이에 응해서 문제가 있는 부품을 살펴보았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고, 시험작동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직원은 자신이 나사를 조이는 '감'이 평소와는 달랐다고 주장하며 다시한번 검사를 해줄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미세 현미경을 가지고와서 부품을 검사를 해보았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볼트의 해드에 금이 조각조각 나있었던것이죠. 드라이브 샤프트에 볼트는 부러지면 사람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부품입니다. 이런 부품의 결함이 생겼더라면 회사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생겼을 테지요. 사람의 느낌은 기계보다 정확하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인데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것은 일의 처리 과정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어떤 라인에 일하고 있던 직원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더라면 이것을 상관에게 알렸을까요? 설사 알렸더라 하더라도 그것이 관철되었을까요? 직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점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일화였습니다. 인재 경영이란 무엇인가? 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줍니다. 물론 한사람의 뛰어난 인재가 수천만을 먹여 살릴수 있다는 의견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에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소통의 장이 열려있는 곳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인재입니다. 앞에 사례에서는 그 인재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미리 구한것과 같습니다.


저자가 말미에 지적하고 있는 부분중하나가 노동비 절감을 위해서 해외에 생산기지를 짓고, 기술 유출을 우려해서 라인의 직원을 2년마다 교체하는 것이대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숙련도가 쌓일만하면 직원을 교체하여 제품의 수율은 떨어지고, 싸게 많이 만드는 대신에 제고 처리에 애를 먹게 된다는 것이죠. 여기서 저자는 차라리 자국 생산기지에서 인재들을 양성하고, 철저한 제고처리를 통해서 좋은 부품을 낭비없이 만드는 덴소같은 방향이 낫지 않느냐 라는 지적을 합니다.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원가절감이라는 미명하에 해외 생산기지를 짓고 자국에서는 라인을 줄이고 직원을 감소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타당한 일인가? 라는 것을 덴소 인사이드라는 책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돈을 주고 살수도 없는 인재들을 내치고 있는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