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게임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두는 단연 페이스 북의 오큘러스VR 인수 소식 입니다. 페이스 북이야 모르시는 분들이 없을 테고, 오큘러스 VR은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HMD라고 불리우는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를 대중화 시킬 가능성이 가장 큰 회사중 하나 입니다. 창업자 파머 럭키는 말도 안되게 비싸고, 반응속도가 느리며, 해상도가 낮은 기존의 HMD에 대한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새로 만들기 위해 오큘러스 VR 사를 세우고 시험작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만들었습니다. 1
Oculus Rift
오큘러스 리프트는 스마트폰 덕분에 단가가 많이 낮아진 경량 페널과, 자이로, 엑셀로미터를 이용해서 빠른 반응속도와 영상 처리, 가벼운 무게, 그리고 저렴한 가격을 낸 제품 중 하나입니다. 아직 일반 소비자용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소프트웨어적인 발전을 위해서 개발자용(DEV Kit)만 나온 상태입니다. 유니티, 언리얼 엔진, 벨브, ID소프트 등 유수한 게임 회사들이 오큘러스 VR을 지지하고 오큘러스 리프트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존 카맥이 만든 둠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정식 지원하는 최초의 게임이며, 존 카맥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여태까지 봐왔던 것중 최고의 VR’ 기기라고 극찬을 했습니다. 이후 오큘러스 사와 ID 소프트 두곳을 왔다갔다 하면서 일하다가 아예 ID 소프트를 나오고 오큘러스 VR로 이직해버렸습니다.
Oculus VR
벨브도 오큘러스 VR의 소프트웨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회사중 하나로, 게이 브 “뚱땡이" 뉴웰도 오큘러스 VR을 극찬하며, 기술과 성능향상에 많은 기여를 했고, 직원중 한명이 오큘러스로 이직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이저 게임 엔진 회사 뿐만 아니라 인디 게임 쪽에서도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며, 많은 인디 게임들이 오큘러스 리프트의 지원을 했습니다. 이제는 인디게임이라고 부르기 조차 뭐한 마인크래프트도 해당이 됐었고요.
그런데, 26일 아주 엄청난 뉴스가 나왔습니다. 페이스 북에 오큘러스 VR을 20억달러(한화 2조 1400억원)에 인수 했다는 소식 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 소식을 들었을때,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아니 게이머를 위한 VR 기술을 도대체 페이스 북이 사가서 뭘하겠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게이머들의 반응은 놀람을 넘어 분노까지 치솟으며 격렬하게 페이스 북과 CEO인 마크 주커버그를 까데기 시작했습니다. ‘돈밖에 모르는 유태인 새끼’, ‘이제 오큘러스로 게임하면 화면중앙에 10분마다 좋아요 버튼이 막 뜨겠지’, ‘게임하다 페이스 북 성인광고는 덤 ^오^’ 등 아주 격렬한 반응이었습니다. 이는 게이머 뿐만이 아니라 개발자들도 마찬가지 였는데요,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자 놋치는 ‘페이스 북 인수로 인해 나는 오큘러스에 최적화 된 마인크래프트 개발을 하지 않겠다’ 라고 선언까지 했습니다.
존 "과메기" 카멕
이렇게 일파만파 파장이 가득한 가운데, 현재 오큘러스 VR 소속인 존 카멕은 페이스 북의 인수건 덕분에 더 이상 개발비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트윗을 날렸습니다. 특히 여러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그는 페이스 북은 정말 자금만 대주는 듯한 태도로 말을 했었는데요, 마크 주커버그는 오큘러스 VR 인수에 대해 가상현실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 분야에도 응용을 하겠다는 언급을 하였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페이스 북이 오큘러스 VR을 사간 다음에 양산체제에 돌입 할때 쯤이면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 할인이 된다던지, 기계를 쓰려면 페이스 북 광고를 봐야한다던지 하는 막장짓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혹자들의 말처럼 벨브가 인수하는게 더 낫지 않았나라는 의견도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페이스 북은 그렇게 나쁜 M&A 대상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페이스 북은 돈이 남아돌아서 어디다 쓸지 모르는 상태고, 오큘러스 VR측은 시제품 개발까지는 완료했지만 이것을 양산화 단계에 도입을 시키고, 대량생산하기 까지는 아직 갈길이 멉니다. 이 과정까지는 아주 많은 돈이 드는데, 적극적으로 협력을 했던 벨브조차도 자사의 하드웨어인 스팀박스를 만드는데 정신이 없는 상황입니다. 비록 레퍼런스 킷이지만 벨브에서 내놓은 스팀박스의 시제품모델과 게임패드를 보니 그다지 하드웨어 설계에는 노하우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자사 하드웨어 프로잭트가 있는데 도리어 오큘러스 리프트를 떠 맡을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VR이라는게 아직까지 검증도 안되었을 뿐더러 시장의 파이도 작아서 이 제품이 대박 아니면 쪽박을 찰 운명이기 때문에 리스크도 매우 컸고요. 이러한 이유로 벨브는 오큘러스VR을 인수하지 않는 대신 기술적인 지원만 했을 겁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오큘러스 VR에서 가능성을 보았고, 그만한 돈을 들여 이 제품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오큘러스를 인수하였다고 봅니다. 특히 존 카멕의 말처럼, 개발비나 양산하는데 드는 비용까지 신경써야 했었는데 더 이상 이런부분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면, 제품 개발에 가장 중추적인 문제인 “돈” 문제를 해결했다고도 볼 수 있을것 입니다. 페이스 북이 개판친것도 많지만 하드웨어 산업은 처음 도전하는 것이기에 무턱대고 여태까지 해온 일만으로 비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오큘러스 측은 진심으로 이 기기를 양산하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페이스 북측 제안을 받아 들인 것 같습니다.
쪽박 오브 더 이어 - OUYA
그래서 결론은 ‘페이스 북의 오큘러스 인수를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 볼수 만은 없다’ 라는 것입니다. 무언가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으려면 킥스타터와 같은 것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 입니다. 오우야(OUYA)의 사례에서 봤듯이 킥스타터라는 것은 거품이 아주 심합니다. 막상 시장에 내놓고 보면 별볼일 없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더 많은 개발비를 지원받아 제대로 물건이 나오는 것이 오큘러스 측이 원하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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